[priest]무오염, 무공해 무료분

무오염, 무공해 - 제3장

blogqiye 2026. 1. 13. 17:30

무오염, 무공해 - 제3장 : 우리 형은 자동 용돈 지급기(我哥是个自动红包机)

“먹어.”

위옌 경관은 콜라와 햄버거를 소년 앞으로 밀어놓았다.

경찰은 근무 중에 사적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말라는 규정이 있다. 남들 보기 안 좋다는 이유였다. 이 정도 먹거리는 위옌이 한 정거장을 뛰다시피 해서 직접 사 온 것이었고 그래서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소년은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운 듯 그걸 받아들고 손등으로 얼굴을 훔쳤다. 광대뼈에 긁힌 자국이 조금 있었는데 땀이 스며들어 따갑고 가려웠다.

위옌은 여경에게서 소독 물티슈 하나를 빌려 그에게 던져주고는 에어컨 바람을 정면으로 쐬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사람 돕는 것도 봐가며 해야지. 학교에서 안 배웠어? 아, 어떤 할머니가 같이 가자니까 그냥 따라갔다고? 류중치 학생, 그렇게 말을 잘 들을 거면 말이야, 즐거운 여름방학에 집에서 숙제나 하지 그랬어? 형은 매일 야근이라며. 집에 너 돌봐줄 사람도 없어?”

이 말이 어쩐지 사춘기 소년의 예민한 심리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햄버거 포장지를 반쯤 벗기던 손이 멈췄고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위란촨은 성이 ‘위’였고 그의 동생은 ‘류’였다. 두 사람은 같은 어머니를 둔 이부형제였다.

위란촨이 열 살 때 부모는 생활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만히 이혼했다. 위란촨은 어머니를 따라갔고 1년 뒤 어머니는 재혼했다.
하지만 이건 흔히 말하는 ‘불쌍한 아이’ 이야기와는 좀 달랐다. 위옌이 알기로는 이혼 후에도 친부모 사이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고 모두가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있었기에 계부까지 포함해 셋이서 배로 신경을 써 줬다. 한 사람이 두 배면 셋은 여섯 배였다. 그 과한 관심은 오히려 숨이 막힐 지경이어서 위란촨은 매일같이 집을 뛰쳐나가고 싶어 했다.

동생이 태어났을 무렵 위란촨은 이미 중학생이었다. 그는 “애가 공부에 방해된다”는 핑계로 기숙학교에 들어가 조용히 지내기 시작했다. 일찍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에게는 친형이 있었는데 위란촨은 그를 ‘큰할아버지’라 불러야 했다. 혼자 사는 노인이었고 당시 위란촨이 다니던 중학교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명절이나 방학 때면 “큰할아버지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집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란예는 타고나길 정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고 1년 내내 집에 붙어 있는 날도 얼마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 거저 얻은 동생과는 정이랄 게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위란촨의 어머니가 해외 연구소에서 초청을 받았다. 이 투지가 넘치는 어르신께서는 ‘숨 쉬는 한 투쟁한다’는 기세로 가족을 이끌고 미국 정벌에 나섰다. 문제는 해외 정착에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몇 년을 머물지도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막 고등학교에 들어간 막내아들은 전형적인 이과 편식형으로 영어가 영 꽝이었다. 결국 가족들은 아이를 당분간 국내에 남겨 두고 성적을 지켜보자는 결론을 냈다.
이 결정은 위란촨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계부는 어머니의 금붕어똥 같은 사람이었고 부부가 함께 날아가 버리자 그는 이 골칫덩이의 임시 사육자…… 아니, 임시 보호자가 돼버렸다.

“네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야.”

소년이 풀죽은 걸 본 위옌은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그, 뭐냐…… 어쨌든 남을 도우려던 마음은 좋았잖아. 칭찬받을 일이지. 안 그래? 방금 네 형한테도 전화했어. 곧 데리러 올 거야. 일단 뭐라도 좀 먹어. ——아이스크림 먹을래?”

류중치는 햄버거 포장지를 구겨 쥐고 일부러 무심한 척 말했다.

“안 먹어요. 혼자 지하철 타고 갈래요. 어차피 우리 형은 저 데리러 오는 거 싫어해요.”

“싫어도 와야지.”

정의감에 불탄 위 경관은 반사적으로 내뱉었다가 곧 말실수한 걸 깨닫고 급히 수습했다.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싫어하겠어? 네 형 얼굴이 좀 차갑고 말이 거친 건 그냥 야근에 찌든 직장인의 기본 증상이야. 사실은 널 많이 신경 쓰고 있어……”

류중치가 그를 힐끗 보았다. 위 경관은 양심이 찔려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형 얼굴 안 차갑고 말도 안 험해요.”

소년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저한테 욕한 적도 없고 화낸 적도 없어요. 우리 형은 그냥 저한테 용돈만 보내요.”

“……”

“기말고사에서 전교 10등 안에 들었을 때도 용돈, 비위 맞춘다고 청소해 줬을 때도 용돈, 농구부 애들이랑 싸워서 반성문 쓰고 보호자 서명 받아오라니까 읽지도 않고 사인해 주고 또 용돈.”

류중치는 사납게 햄버거를 베어 물었다.

“아마 언젠가 제가 사람 죽이고 불 지르면 그때도 용돈 보내주고 택시 타고 가서 자수하라고 할걸요.”

위 경관은 입맛을 한 번 다셨다. 동정은커녕 괜히 부러워졌다.

“우리 형은 자동 용돈 지급기예요.”

“얘, 지금은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를 수도 있어.”

위옌은 단어를 고르며 말했다.

“나중에 크면 알게 된다. 사랑이란 건 되게 추상적인 거고 진짜 너한테 좋은 건 용돈이야.”

속물적인 말이긴 했지만 나름 진심이었다. 그러나 억울한 중2병 소년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그는 사납게 햄버거를 뜯어먹었다.

“그래, 듣기 싫으면 말자.”

위옌은 그가 거의 다 먹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이제 중요한 얘기 좀 해 보자. 너한테 돈 요구한 사람들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 봐. 몇 명이었어?”

“넷이요. 할머니 한 명, 남자 셋. 남자 중에 하나는 대머리였고 하나는 얼굴에 흉터가 있었고 하나는 다리를 좀 절어서 걸음걸이가 이상했어요.”

“나이는? 말투로 어디 사람인지 알겠어?”

“몰라요. 근데 이 동네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남자들은 서른 살쯤. 할머니는…… 처음엔 작고 마른데다 머리도 희고 등이 굽어 있어서 일흔이나 여든쯤 된 줄 알았어요.”

류중치는 잠시 생각하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경찰 아저씨들 올 때 담을 넘어서 도망갔거든요. 일흔, 여든 된 할머니가… 담을 넘을 수 있나요?”

진탕 뒷골목은 워낙 좁아서 삼륜차조차 못 들어오는 길이 많았다. 그래서 순찰차는 입구에 세워야 했고 사건 현장까지는 200미터 정도를 뛰어가야 했다.
그 200미터 사이에 사기꾼 일당은 이미 담을 넘어 사라진 뒤였다.

위옌은 막다른 골목의 담을 확인했다. 높이는 거의 3미터였고 벽면은 매끈해서 딛고 오를 곳이 거의 없었다. 담 위에는 희미한 발자국 반 개만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사람이 담 위에서 사라지는 걸 직접 보지 않았다면 허위 신고라고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위옌은 수첩에 조용히 ‘란예에게 물어볼 것’이라고 적고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이 널 막아서고 나서 뭐라고 했어?”

“제가 할머니를 밀쳤다고 돈 물어내라 했어요.”

“얼마?”

“천 위안이요.”

소년의 운동화와 가방은 꽤 값나가 보였다. 집안 형편이 좋은 게 드러났다. 하지만 미성년자에게 천 위안 이상 현금을 맡기는 집은 드물다. 딱 그 정도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선이었다. 이 일당은 경험이 많아 한눈에 계산이 섰던 것이다.
반쯤 큰 애들은 어리석고 고집 세고 겁주면 잘 넘어가며 체면 때문에 집에 말도 못 한다. 완벽한 먹잇감이었다.

위옌은 고개를 끄덕였다.
류중치가 말을 이었다.

“제가 ‘그럴 거면 차라리 강도질을 하지 그래요’라고 했더니 대머리가 ‘그럼 뭐, 우리가 너랑 거래라도 하는 줄 아냐?’라고 했어요. 현금 없다고 했더니 가방을 뺏어 지갑을 뒤졌는데 진짜 얼마 없으니까 학생증을 가져가고는 며칠 뒤에 학교로 돈 가져오라고 했어요…… 신고하려니까 핸드폰도 뺏으려 했고요. 그때 경찰 아저씨들이 와서 못 가져갔어요.”

이 아이는 늘 어른 흉내를 내지만 어딘가 어설펐다. 말 사이사이로 어리숙함이 새어 나왔다. 위옌은 그가 그 교활한 인간 말종 같은 형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고 느꼈다.

웃음을 참으며 듣던 위옌은 점점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이 사람들이 널 둘러싼 순간부터 휴대폰 뺏으려 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어?”

“별로 안 걸렸어요.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이삼 분, 왜요?”

위 경관은 옆 동료와 눈을 마주쳤다. ——익명 신고자는 ‘불량배들이 학생을 둘러싸고 이상한 짓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골목은 길도 험하고 여름엔 특히 막혀서 출동부터 도착까지 최소 몇 분은 걸린다.
즉, 신고자는 류중치가 둘러싸이기 전부터 이미 범행 장소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그들이 돈을 요구할 때 근처에 다른 사람은 없었어?”

류중치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럼 누가 너 대신 신고했을지 짐작 가는 사람은?”

위옌이 물었다.

“그 할머니 따라갈 때 누가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진 않아?”

류중치는 멈칫하며 주머니 속 구겨진 명함을 만졌다.

“있긴 했어요… 그때 저를 한 번 잡아당기긴 했는데 확실치는 않아요……”

한 시간 뒤, 능구렁이 같은 위란촨이 느지막이 나타났다. 들어올 때는 바쁜 척을 꽤 그럴듯하게 했는데 전화로 거만 떨던 인간과 전혀 딴판이었다.

“그 할머니를 네가 왜 부축해, 우리 집이 재벌이냐?”

위란촨은 차로 동생을 데려오며 훈계도 위로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야 무심하게 농담 한마디를 던지고는 그를 쉬게 했다.

“오늘 놀랐지. 씻고 일찍 자. 난 위옌 형이랑 잠깐 얘기 좀 할게.”

류중치는 꾸물거리며 들어가다 말고 슬쩍 그를 바라봤다.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위란촨은 속으로 한숨을 쉬고 휴대폰을 꺼냈다.

“알았어, 용돈 보내줄게. 놀란 거 액땜해라.”

류중치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

위란촨은 어이가 없었다.

“요즘 애들 중2병엔 돈도 안 먹히냐?”

마침 교대하던 위옌은 집이 근처라 차를 얻어 타고 와 있었다. 그는 잽싸게 끼어들었다.

“그럼 제가 받을게요. 형님, 동생 더 필요 없어요? 아들로 들어가도 되고요.”

위란촨은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내 던졌다.

“차 태워준 것도 돈 안 받았는데.”

위옌은 소파에 드러누웠다.

“옛사람이 말하길 ‘난초는 골짜기에서 자라고 군자는 덕을 쌓는다’잖아. 란예, 부귀를 탐하지 않는다더니?”

“부귀를 안 탐하면 널 탐하라고? 비켜.”

위란촨은 그의 발을 밀어내고 바닥에 죽어 있던 로봇청소기를 끌어다 충전했다.

“시간만 나면 나도 택시 몰러 나갔어. 아빠 집 대출 낀 거 모르냐? 효도는 못 할망정 돈을 뜯네.”

“그럼 왜 본가에서 안 살아? 어머님도 안계시고 귀찮을 사람도 없잖아.”

위옌이 계속 말했다.

“월세도 비싼데.”

“멀어.”

위란촨은 한숨을 쉬었다.

“출근길 최악 정체 구간 세 군데를 지나야 돼.”

막 졸업했을 땐 출근 지옥이 오전 7시부터였는데 지금은 6시 반이다. 몇 년 뒤엔 아예 잠을 안 잘지도 모른다.
본가에서 이틀을 지내 보니 위란촨은 잠을 자러 간 게 아니라 출석 체크하러 간 기분이었다. 기름값도 아까웠다.

위옌은 고개를 저었다.

“지하철 타는 우리 같은 사람은 부자의 고통을 이해 못 해요.”

“볼 일 없으면 꺼져.”

위란촨이 문을 가리켰다.

위옌은 표정을 고쳤다.

“네 동생 일 말인데.”

“짧게 말해.”

위란촨은 안경을 벗어 수도꼭지 밑에서 씻으며 대충 말했다.

“몇 번 손해 보면 철들어. 손해도 경험이야.”

“오늘 그 사기꾼들, 너희 쪽 사람이 아닐까 싶어.”

위옌이 말했다.

“요즘 너 노리는 놈들 없어?”

위란촨이 멈칫했다.

“뭐?”

“내가 직접 봤어. 3미터 담을 잡아 딛고 순식간에 넘더라.”

“담 넘는 게 뭐가 대수야.”

위란촨은 시큰둥하게 쯧 혀를 찼다.

“성인 남자가 조금만 단련하면 3미터 점프는 평범해. 군대 훈련에서 ‘벽 오르기’하는 거 못 봤어? 파쿠르 동아리 고등학생도 5초면 넘을걸.”

“그럼 우리 시 파쿠르 동호회가 사기 치고 다닌다는 거냐……”

위란촨이 짜증스럽게 끊었다.

“파쿠르하는 애들이 담 넘는다고 했지 담 넘는다고 다 파쿠르냐? 야, 너 평생 ‘논리’라는 단어는 배울 수 있겠어?”

위옌은 태평하게 손을 저었다.

“야야, 너는 멍청한 놈만 보면 성질을 내. 그게 다 네 간만 상하는 거야. 세상에 멍청이가 얼마나 많은데. 혼자 열 내 봐야 손해야. 좀 내려놓고 살아. 양생남(养生男, 건강 챙기는 사람) 아니었냐.”

“……”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근데 네 동생 말로는 그 일당 중에 백발의 할머니가 있었대. 키는 150 정도고 노인 여성이 맨손으로 3미터 담을 넘었다? 이상하지 않아? 물론 너희 같은 똑똑한 사람들은 분장일 수도 있다고 하겠……”

위옌 경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란촨은 이미 차 키를 들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가자.”

“어? 진짜 갈 거야? 아직 분석 안 끝났어, 만약 분장이라면……”

“너를 노파로 분장시키고 근거리에서 들키지 않으려면 축골공이나 써야 가능하지.” *

*축골공(缩骨功): 뼈를 줄이거나 오그라들게 하는 무공

위란촨은 아까의 ‘불교적 대화’를 떠올리며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멍청이’라는 말을 억지로 삼켰다.

“빨리 와. 나 오늘 밤에 보고서도 써야 돼.”

30분 뒤, 두 사람은 그 막다른 골목에 도착했다.

“여기야.”

위옌이 가리켰다.

“내가 왔을 때 저 위치에서 담 위에 서 있었어. 거기 발자국도 반 쯤 남아 있고. 막다른 골목이라 삼면이 전부 담인데 안쪽 담을 넘은 거면 이해하겠어. 근데 옆면의 벽을 타고 넘어갔다니까.”

위옌은 뒤쪽을 가리켰다. 좁은 골목 양쪽 담 사이 간격은 사람이 양팔을 벌리면 겨우 닿을 정도였다.

“도움닫기 할 공간이 전혀 없어…… 미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란촨이 그의 옆을 스치듯 튀어나갔다. 두 걸음 만에 맞은편 담에 닿더니 가볍게 몸을 날려 담 위에 올라섰다. 공중에서 몸을 잽싸게 웅크렸다가 발끝으로 벽을 딛고 반동을 이용해 몸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찌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물건 하나가 위옌의 얼굴로 튀었다.

위옌은 급히 손전등을 비췄다. 위 총은 뭐라 말하기 곤란한 표정으로 담 위에 쪼그리고 앉아 셔츠 앞섶을 붙잡고 있었다.
동작이 커서 셔츠가 찢어진 것이다.

바닥에 자개 단추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폼 잡기는.”

위 경관은 얼굴을 가리고 말했다.

“소협, 계속 잘난 척해 보시지요!”

“……입 다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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