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est]무오염, 무공해 무료분

무오염, 무공해 - 제4장

blogqiye 2026. 1. 14. 14:09

무오염, 무공해 - 제4장 : “저 닭염통 꼬치 먹고 싶어요!”(我想吃烤鸡心!)

밤 아홉 시쯤 되면 ‘별의 꿈’은 슬슬 문을 닫을 시간이었다.

간칭은 얼굴의 화장을 씻어내고 연한 색의 미용 렌즈를 손톱으로 빼낸 뒤 눈을 세게 두어 번 깜빡였다. 손가락 다섯 개를 머리칼 속에 꽂아 넣더니 폭포처럼 늘어지던 가발을 통째로 벗어 던졌다. 턱 언저리에 오는 어정쩡한 길이의 머리가 드러났다. 가발에 눌려 사방으로 뻗친 상태였다.
그다음 가느다란 굽의 구두를 벗어 계산대 아래에 쑤셔 넣고 맨발로 안쪽에 있던 플라스틱 슬리퍼를 꺼내 신고 질질 끌었다. 긴 원피스를 벗자 안에는 농구 나시 하나와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반바지가 있었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며 육체가 다시 해방된 기분을 만끽했다.
신비로운 집시풍 ‘점성술사’에서 생활 밀착형 동네 비주류 청년으로 복귀한 순간이었다.

간칭은 주전자를 들어 오래된 차를 화분에 부어버리고 찬물을 받아 주전자를 입에 대고 두어 모금 빨아들였다. 그러곤 고개를 내밀어 옆집 ‘톈이샤오룽샤(天意小龙虾)’을 향해 외쳤다.

“멍 아저씨, 먹을 거 있어요?”

‘톈이샤오룽샤’ 사장 멍톈이(孟天意)는 바로 대답했다.

“뭐 먹을 건데? 밥은 네가 퍼서 먹어. 아저씨가 반찬 하나 볶아줄까?”

“저 닭염통 꼬치 먹고 싶어요!”

“에이, 꼬치로 밥이 돼?”

“닭염통이 먹고싶어요.”

간칭은 불을 끄고 문을 잠그며 말했다.

“오후 내내 그 생각만 했어요. 손님 받을 때 멘트까지 헷갈릴 정도였다니까요. ——마라 가재도 두 근 주세요.”

이때의 말투와 목소리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허공에 붕 뜬 느낌도 거리감도 없이 느슨하게 늘어졌다.

“진짜 먹는 거 좋아하네, 밥은 안 먹고 간식만 먹잖아.”

멍톈이는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 기다려!”

거리에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 눅눅한 밤바람이 커다란 볶음솥의 기름 연기를 말아 올려 그대로 간칭의 얼굴에 들이쳤다. 그녀는 한 번 깊게 들이마시고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장난치며 남 속이는 일을 할 때를 빼면 그녀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사람이 있으면 사람을 보고 웃고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 괜히 싱글벙글했다.
후텁지근한 한여름 밤에 불어오는 산들바람, 기름이 튀며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두툼한 꼬치, 차츰 떠오르는 별들로 채워지는 무거운 밤하늘, 이리저리 굽이지는 더러운 골목…… 그녀의 눈에는 그 모든 게 더없이 아름다운 인간 세상의 풍경처럼 보였다. 하나같이 멈춰 서서 보고 싶은 장면들이었다.

꼬치와 마라 가재는 금세 나왔다. 멍 사장은 간칭이 속을 버릴까 봐 냉채도 한 접시 무쳐 줬다. 간칭은 테이블 하나를 잡고 앉아 직접 고춧가루를 뿌렸다. 손이 좀 서툰지 한 번 움찔하는 바람에 고춧가루가 왕창 쏟아졌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충 털어내고는 후후 불어 가며 정신없이 뜯어 먹었다. 그 몰입한 얼굴만 보면 미슐랭 쓰리스타 코스라도 먹는 듯했다.

마지막 손님까지 보내고 나온 멍톈이는 앞치마에 손을 닦고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 두 병을 들고 왔다.
간칭은 병을 받아 한 번 부딪친 뒤 그대로 병째 들이켰다. 단숨에 반 병 가까이 마시자 매운맛 때문에 솟았던 열기가 대부분 가셨다. 그녀는 만족스럽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으음, 달다. 맛있네.”

멍톈이는 그녀가 고기 먹고 술 마시는 모습을 보자 괜히 식욕이 당겨 자기도 모르게 크게 한 모금 들이켰다. 하지만 입안에서 굴려 보니 여전히 싸구려 맥주의 소변 맛이었다. 갑자기 명주가 되진 않았다.

“얘, 너 내일부턴 그 싸구려 목걸이 같은 거 팔지 말고 그냥 여기 앉아서 맥주나 마셔라. 네가 마시는 것만 보여줘도 우리 맥주 매출이 삼 할은 늘겠다.”

“마음대로 하세요.”

간칭은 눈을 휘며 웃었다.

“어차피 전부 아저씨 집 장사잖아요.”

별의 꿈이라는 이 작은 가게는 원래 멍톈이 집안 친척의 것이었다. 가게 건물도 전부 집안 소유였다. 사장은 온라인에서 점성술사 계정을 만들어 신비주의 글을 올리고 타오바오에서 부적이나 행운 구슬 같은 걸 팔았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장사가 더 잘된다는 걸 깨닫고 아예 인플루언서 노선으로 갈아탔다. 가게는 신경 쓸 시간이 없어 운영이 들쭉날쭉해지자 간칭을 고용해 가게를 맡겼다.
간칭은 한두 달에 한 번씩 사장의 지시에 따라 잡화 도매시장에 가서 키로당 몇십 위안짜리 싸구려 장신구를 한 자루씩 사 왔다. 개중 그럴듯한 것만 골라 진열대에 올리고 조명을 때려 주면 호구들이 알아서 사 갔다.

그녀는 매일 오전 열 시에 문을 열어 가발과 렌즈를 끼고 ‘작업복’을 입은 채 하루의 연기를 시작했다. 밤이 되면 기분 따라 문을 닫았고 식사는 멍톈이가 책임졌다. 이 일자리는 꽤 마음에 들었다. 멍 아저씨 요리가 맛있었고 주문도 받아줬으니까.

멍톈이가 말했다.

“어제 장부 봤는데 이번 달 장사 잘됐더라. 니네 사장한테 말해서 보너스 받아야겠어.”

“여름이라 그래요. 겨울엔 힘들걸요.”

간칭은 가재의 작은 집게를 쥔 채 멍 사장에게 합장했다.

“보너스 얘기하셨으니까 전 진짜로 기대합니다. 요즘 돈이 너무 필요해서요. 집세 오른다는 소문 때문에 2주째 조마조마했거든요.”

“아직도 월세 살아? 얼만데?”

“한 달에 600이요.”

간칭의 가재 까는 솜씨는 예술에 가까웠다. ‘딱딱’ 두 번 누르고 당기면 통통한 살이 통째로 빠져나왔다. 그 살을 접시의 매운 국물에 한 번 굴리면 마라 향이 확 올라왔다. 두 근의 가재는 맥주와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베테랑 먹보의 속도였다.

“방 하나에?”

간칭은 푸핫 웃었다.

“그럴 리가요. 침대 하나.”

“너 참 잘도 버틴다.”

멍톈이는 입을 삐죽였다가 말을 이었다.

“아저씨가 하나 제안할 게 있는데—— 나한테 이모가 있어. 올해 일흔셋이고 과부로 산 지 사십 년이 넘었어. 예전엔 우리 큰형이랑 살았는데 형이 먼저 갔고 형수는 아이 데리고 재혼해서 지금은 혼자야.”

간칭은 잠시 멈췄다.

“유감이네요.”

“작년 일이야. 생로병사를 뭐 어쩌겠어.”

멍톈이는 말을 이었다.

“다들 모시자고 했는데 본인은 자기 집이 있다며 싫다더라. 아직 정정하시지만 연세가 있으니까. 집이 작은 투룸인데 방 하나는 비어 있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같이 있어 주면 좋겠더라고. 생활은 다 혼자 알아서 하셔. 낮엔 네 일 보고 밤에만 같이 있어 주면 돼. 전구 갈거나 사다리 타야 할 일 있으면 도와주고 혹시 밤에 급한 일 생기면 120 불러주고 친척들한테 연락해 주고. 월세는 상징적인 수준만 받으려고 해. 지금 네가 내는 만큼, 그리고 앞으로도 안 올려.”*
 
*120: 중국은 응급전화가 119번이 아닌 120번

간칭은 귀가 솔깃해졌다.

“저야 당연히 좋죠. 어딘데요?”

“룽셴 골목(绒线胡同).”

멍톈이가 말했다.

“110번지.”

간칭은 먼저 “아” 하고 대답했다가 몇 초 뒤에 뭔가 떠올랐는지 손에 힘이 들어가 가재 꼬리를 뚝 부러뜨렸다.

“그…… 룽셴 골목이요?”

“요즘은 예전이랑 달라. 특히 최근 2년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어. 비싸게 팔고 떠난 사람들이 많고 남아 있는 노인도 거의 없어.”

멍 사장은 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게다가 설령 노인이래도 네가 ……인지 알 리가 있나. 왜, 아저씨 못 믿겠어?”

“그럴 리가요?”

간칭은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피한 채 웃었다.

“그냥…… 좀 불편해서요. 아저씨가 좋은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알아요. 게다가 거긴 요즘 학군이라면서요. 방 하나 빌려도 삼천부터라던데 이건 너무 민폐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간칭은 마지막 가재를 입에 넣고 식기를 재빨리 정리하며 테이블까지 닦았다.

“혹시 할머니 쪽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 바로 달려갈게요. 어차피 바쁜 일도 없고요. 이사 가는 건 좀 곤란해요. 집세도 반년치 이미 냈으니 안 돌려줄거고 지금 옮기면 손해라서요. 그럼 전 이만 퇴근할게요!”

“얘야……”

“실례합니다.”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거기 선생님, 이 가게 주인이신가요?”

간칭과 멍톈이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별의 꿈’ 앞에 한 경찰관이 서 있었다. 둥근 스포츠머리에 웃는 눈, 피부도 깨끗했고 인상이 퍽 좋아 보였다. 제복을 입고도 위압감은 전혀 없어서 외지 사람들이 보면 길을 물어볼 것 같은 타입이었다.
하지만 멍 사장은 본능적으로 일어서서 통통한 몸으로 간칭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여긴 제 조카 가게인데 지금은 자리에 없어요. 혹시 무슨 일이신지요…? 영업 허가증도 있습니다. 보시려면 가져올게요.”

경찰의 시선은 그를 넘어 간칭에게로 향했다.

멍 사장은 서둘러 덧붙였다.

“아, 이 친구는 저희가 고용한 계산원이에요. 외지에서 온 아가씨라 옌닝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몰라요. 일은 저한테 물어보세요.”

간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벽 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노점의 기름때 낀 전구에서 나오는 흐릿한 빛이 그녀에게 내려앉아 얼굴 반쪽을 비췄다. 오래된 백자처럼 창백한 피부에 고개를 숙인 얌전한 태도였다.

“긴장하지 마세요.”

경찰은 온화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신분증을 내밀었다.

“저도 이번에 이 동네로 발령받았습니다. 앞으로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세요.”

멍톈이는 받지도 못하고 웃으며 힐끗 신분증을 훑었다. 이 경찰의 이름은 위옌이었다.

“실은, 오늘 해 질 무렵 이 근처에서 공갈 미수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위옌은 부드러운 어조로 간칭에게 말했다.

“피해자가 바로 이 근방에서 당했고요. 그애 말로는 이 가게의 누나가 그걸 보고 말려줬다고 하더군요. 다만 자기가 말을 듣지 않아서 일이 커졌다고요. 사실인가요? 다른 뜻은 없고 상황만 좀 여쭙고 싶어서요.”

간칭은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낯선 사람 앞에서 위축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위옌은 어쩐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다행히 시민분의 신고 덕분에 빨리 출동할 수 있었습니다.”

위옌은 말을 이었다.

“실례지만 혹시 신고하신 분이 선생님이신가요?”

멍 사장이 급히 말했다.

“그럴 리가……”

“네.”

두 사람의 대답은 거의 동시에 나왔다. 말 빠른 멍 사장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간칭은 재빨리 그를 한 번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공중전화 쓰는 사람 없잖아요. 조회하면 바로 나와요.”

“아. ”

멍 사장은 어색하게 그녀와 경찰을 번갈아 보았다.

“저… 그게…… 오후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밖을 잘 못 봤나 봅니다.”

“그 사람들, 처음이 아니에요. 보통 사람을 뒤쪽 막다른 골목으로 끌고 가서 돈 뜯고 도망가요. 전에 본 적 있어서 어디서 그러는지도 대충 알아요.”

간칭이 조용히 말했다.

“저는 마주치면 그냥 피해 다녔고 귀찮아질까 봐 다른 사람한테도 말 안 했어요. 오늘은 그 애가 우리 가게에서 막 나가길래 한마디 더 했을 뿐이에요. 그런 사람들 일에 엮이고 싶지 않거든요.”

위옌은 잠시 멈췄다. 이 아가씨는 마치 자신이 무슨 질문을 할지 다 알고 있는 듯 몇 마디로 깔끔하게 털어놓았다. 더 캐물어 봐야 얻을 게 없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과연, 간칭은 이후로 ‘전 아무것도 몰라요’가 됐다——

“그 사람들이 계속 이 근처에서 활동하나요?”
“몰라요.”
“뒤쪽 골목에서 담 넘으면 보통 어디로 도망가죠?”
“잘 모르겠어요.”
“이전 피해자는요? 특징 같은 건 기억 안 나세요?”
“그다지 인상이 없는데.”

“……”

간칭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았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야식을 먹는 사람들이 아직 완전히 빠지진 않았다. 제복을 입은 경찰 하나가 서 있으니 사방에서 시선이 몰렸다. 그녀는 조금 곤란한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전화 한 통으로 경찰분이 오실 줄 알았으면 괜히 나서지도 않았을 거예요.”

멍 사장이 맞장구쳤다.

“그렇죠, 경찰 동지. 저희 같은 소상공인은 여기서 장사하는 게 다라 도망도 못 갑니다. 그런 깡패들은 일 치고 튀면 그만이잖아요. 괜히 찍히면 계속 괴롭힐 텐데 그걸 누가 감당합니까. 좀 봐주세요.”

“멍 사장님도 무서워하는 깡패라면 보통 깡패는 아니겠네요?”

그때, 멀지 않은 교차로에 세워 둔 차에서 문 여는 소리가 났다. 위란촨이 느긋하게 차에서 내렸다.
셔츠가 찢어진 탓에 그는 아예 단추를 전부 뜯어버렸다. 셔츠 자락은 바지 허리에서 반쯤 빠져 헐렁하게 늘어졌고 움직일 때마다 가슴에서 아랫배까지의 선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이 난폭한 스타일에 맞추기라도 하듯 안경도 벗고 머리를 헝클어뜨린 채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냉담한 얼굴로 걸어왔다.

정직한 인민경찰 위옌은 극심한 수치심을 느꼈다. 자기 동료가 마치 클럽 간판 호스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웃음은 안 파는 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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